살암시민 살아진다, 제주 말 한마디에 담긴 깊은 위로
안녕하세요, 복실이네입니다.
혹시 “살암시민 살아진다”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?
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나온 드라마 '폭싹 속았수다'에서 많은 사람들이 처음 들었을지도 몰랐을 그 말. 사실은 제주에서는 모두가 알고 익숙한 말이랍니다.
처음 들으면 조금 생소하지만, 알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찡해질 만큼 따뜻하고 울림 있는 말이에요. 제주도 사람들의 인생 철학이 오롯이 담긴 이 한 문장은 요즘처럼 바쁘고 힘든 세상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위로처럼 들립니다.
살암시민 살아진다, 무슨 뜻일까?
“살암시민 살아진다”는 제주도 사투리예요. 표준어로 풀어보면 "살다 보면 어떻게든 살아진다"는 뜻이에요. 힘들고 지칠 때, 답이 없어 보여도 일단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시간도 지나가 있고, 생각지 못한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거죠.
이 말은 단순히 ‘희망을 가져’라는 말과는 조금 달라요. 희망조차 없어도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, 어느샌가 살아져 있다는 식의 묵직한 현실 인식이 담겨 있어요. 그렇다고 해서 냉소적인 건 아니고, 오히려 삶을 향한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거예요. 정말 제주도다운 말이죠.
제주도 어르신들이 전해준 지혜
제주도에서 이 말을 가장 많이 쓰시는 분들은 바로 할망(할머니), 하르방(할아버지)들이세요. 예전에는 제주가 척박한 땅이라 농사도 어렵고, 바다로 나가 생계를 이어가는 일이 많았대요. 위험한 해녀 생활, 태풍으로 엉망이 된 밭, 배가 뜨지 못하는 날들이 반복되던 시절에도 “살암시민 살아진다”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대요.
삶이 쉽지 않아도,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, 그저 한 마디 말로 흘려보내며 묵묵히 걸어가던 선조들의 발걸음이 이 말 속에 녹아 있는 것 같아요. "살암시민 살아진다", 이 말 한마디가 건네는 위로는 생각보다 깊고 단단해요. 세상이 벅차게 느껴지는 날, 무언가 성과가 보이지 않는 날에도,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면, 결국은 ‘살아진다’.
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것,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는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참 잘 어울리는 말 같지 않나요?
우리 삶에 적용해볼 수 있을까?
“살암시민 살아진다”는 단지 제주도 사투리일 뿐만 아니라, 느긋하게, 하지만 묵묵히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의미해요. 요즘처럼 매일 성과를 내야 하고, 목표를 이루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시대에 ‘살아지는 것만으로도 괜찮다’는 말은 정말 큰 위로가 되어주죠.
하루쯤은, 아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?
“괜찮아, 살암시민 살아진다. 오늘 하루도 그렇게 살아보자.”
무책임한 낙관이 아니에요. 오히려 삶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스스로에게 전하는 격려처럼 들리는데요.
내일이 불안해도, 오늘이 답답해도,
오늘을 잘 살아내면 내일도 어찌어찌 살아진다는 것. 그저 살아내는 것.
그 자체가 때로는 가장 위대한 일이 돼요.
마무리
제주도에서 전해진 이 짧은 한마디, 살암시민 살아진다. 이 말이 요즘 우리가 잊고 지내는 삶의 한 의미를 떠올리게 해주는 것 같아요.
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엔 ‘버티는 중’이라는 작은 글귀가 붙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. 일이 잘 안 풀릴 때, 하루하루가 버거울 때, “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”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, 제주 어르신들처럼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.
살암시민 살아지니,
언젠가 제주 여행을 가시게 된다면, 바다 바람을 맞으며 이 말을 꼭 한 번 마음에 새겨보세요. 그리고 지치고 힘든 날이 올 때마다, 나직하게 다시 이 말 한마디를 떠올려 보셨으면 해요.
진짜로, 살아지더라고요. 믿기지 않아도, 시간이 흘러가고 나면 어느새 그렇게 살아졌더라고요.